동짓날이라 밤이 길어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앉아 생각을 더듬어본다.
블로그를 4월 무렵까지 열심히 풀었지만 회사가 코로나 시스템에 적응하고 일이 다시 바빠지면서 손을 놓았다. 회사와 관련한 이런저런 경험들도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는 이유가 되었다. 항상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깨닫고 싶었고, 나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주는 목표-와 돈- 그런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면 나 자신보다는 목표를 이루는데 더 관심이 많다.
만드는 것(짧은 단위의 이루는 것), 목표를 이루는 것, 이런 것들이 나에게 많은 활력을 준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그것들 조차도 자본주의 시대의 세뇌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일을 잘하는 사람” 이라는 것에 대한 지향점이 언제부터 있었을까? 그것은 학교의 교육과 사회의 세뇌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결국 인정에 대한 욕구이고, 나는어쩌면 교육과정과 방향성을 통해서 그런 것들에 대한 욕구를 주입 받았던 것은 아닐까.
일이라는 것을 내 삶의 수단으로 삼으려면 내 삶이 더 주체성을 획득해야 한다. 지금은 일에 매몰된 나 밖에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회사의 일이 아무리 잘 흘러가더라도 허무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삶의 주체성 획득이라는 것은 결국 이 시대에 완벽한 자급자족의 환경에 이르지 않으면 무언가-돈, 시간, 명예 등등등-를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데 나는 욕심이 많아서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잠을 줄이면서 내 건강을 깎아내고, 수명을 맞바꾼 것이다.
이제 여기까지는 각성이 되었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서 삶의 주체성 획득을 두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다. 한 가지는 지금까지처럼 삶의 방향을 일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한다고 믿는 것이다. 두 번째는 덜 먹고, 덜 쓰고, 더 자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삶이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가질 수 없기에 무엇인가를 내려놓아야 한다. 아직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더 원하고 아등바등 움직여야 할 것인지 잘 모르겠다.